Performance
Aug 10 - Aug 11 ,2023
19:00 - 20:00
The WilloW
전보경
<팔/발/말: 랜덤 노이즈>
퍼포먼스
2023년 8월 10일 - 8월 11일
19:00 - 20:00
더 윌로
기획·연출 | 전보경
안무 | 신혜진
퍼포머 | 이민진, 전보람, 정재필, 정채민
아웃사이드아이 | 김미정
기술 감독 | 영픽쳐스
그래픽 디자인 | RecentWork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팔/발/말: 랜덤 노이즈>는 인간이 사용하는 자연어와 인공지능이 사용하는 인공어의 관계를 질문하며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사이버 공간은 발 없는 말로 가득합니다. 익명의 상대와 대화하는 온라인 공간에서 우리는 얼굴과 다리도 없이, 즉 시작도 끝도 없이 부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로부터 대화가 시작된다면, 다른 이와 같은 공간에 함께 발을 딛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해집니다. <팔/발/말: 랜덤 노이즈>에서는 인공지능에게 자연어를 이해시키는 방식과 반대로, 퍼포머가 인공어의 방식을 배우고, 그가 인지한 인공어를 팔과 발에 연결시켜 몸으로 작동시켜봅니다. 자연어처럼 의미를 해석하는 대신, 문장을 작은 단위로 분절하거나 이미지로 인식하는 인공지능의 인지 방식이 인간의 신체에 이식된다면, 우리는 언어의 어떤 모양을 감각할 수 있을까요?
허파에서 나온 공기가 성대를 통해 진동을 만들고, 이 진동이 입을 통해 배출되면서 근육 전체를 흔드는 언어로 인공어가 작동될 때, <팔/발/말: 랜덤 노이즈>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과 행동 그리고 변화를 일으키는 수행적 공간이 되어 관객들의 몸과 함께 이동하고 움직일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든 시스템이다. 그러나 인간중심적 사고 하에서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주체성을 획득할 우려가 있는 양가적 산물로 여겨지곤 한다. 더 윌로에서는 두 번째 대관 퍼포먼스를 통해, 인간중심적 디스토피아의 관점에서 눈을 돌려 인간과 인공지능이 ‘우리’가 될 가능성을 묻는 실험으로 생각을 환기하는 것을 제안한다. 인공지능이라는 비인격체가 세상을 구성하는 하나의 주체가 되어가는 게 우리의 불가피한 포스트휴먼적 미래라면 말이다.
통상 비생산적이라 여겨지는 예술활동에서 생산적 주체로서의 예술가를 고민하고,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속에서 비효율적이라 치부되는 수작업에 관심을 두며, 로봇 팔의 움직임을 활용해 효율적인 기계와 비효율적 신체 사이의 어긋남을 드러내온 작가 전보경이 이번 <팔/발/말: 랜덤 노이즈>에서 관심을 둔 것은 인공지능과 언어이다. 이전의 소재였던 로봇 팔은 목적에 부합하게 반복적 움직임을 하도록 설계된 수동적 개체였다면,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론과 자발적 행위가 가능해 비교적 능동적 주체에 가깝다.
퍼포먼스는 ‘발 없는 말’이 작용하는 근간으로 인공지능의 자연어 처리 방식인 언어 분절과 공간화된 이미지로의 텍스트 인식 방식인 합성곱 신경망 개념을 가져온다. 기술을 소재로 한 퍼포먼스이지만 ChatGPT를 비롯한 기계보다는 인공지능의 자연어 처리 방식을 체화한 퍼포머의 신체가 퍼포먼스를 이끄는 주인공이다. 전작에서 인간의 비효율성이 가진 독창성을 조명함으로써 인간에 보다 무게를 두었던 반면, ‘인간의 언어란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의 언어는 절대적 언어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이번 작업은 인간과 인공지능의 언어 그 어느 쪽에도 방점을 찍지는 않는다. 가상 공간의 ‘발 없는 말’인 인공지능의 언어가 실재하는 세계에 기반한 신체를 통해 발현되는 수행적 상황으로 관객을 초대할 뿐이다.
글 신재민 (더 윌로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