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밍하는 사물과 구경꾼의 신체〉는 사물과 신체의 접촉을 통해 움직임의 주체와 대상, 바라보는 자와 행위하는 자의 위치가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상황을 만든다. 작품에는 스스로 이동하거나 진동하고, 소리와 빛을 발생시키는 ‘움직이는 사물’과 외부의 힘에 의해 밀리고 당겨지고 들어 올려지는 ‘움직여지는 사물’, 그리고 이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구경꾼의 신체가 등장한다. 그러나 구경꾼은 사건의 바깥에서 이를 관찰하는 독립적인 위치에 머무르지 않는다. 사물의 움직임은 구경꾼의 시선과 자세, 거리와 이동을 변화시키고, 구경꾼의 반응과 개입은 다시 사물의 위치와 움직임에 영향을 미친다.
이 작품에서 스킨십은 이미 존재하는 두 대상 사이의 접촉이나 친밀함의 표현이 아니라, 서로의 위치와 역할을 새롭게 결정하는 사건이다. 신체가 사물을 밀거나 들어 올릴 때, 사물의 무게와 저항은 신체의 자세와 균형을 바꾼다. 사물이 신체를 움직이게 하는 순간, 누가 움직임을 일으키고 누가 그 영향을 받는지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마찬가지로 구경꾼은 사물을 바라보는 동시에 그 움직임에 반응하며, 자신이 지켜보던 상황의 일부가 된다. 이때 구경꾼의 개입은 관람을 중단하고 퍼포먼스에 참여하는 별개의 행위가 아니라, 바라보는 행위 자체가 이미 신체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따라서 작품의 움직임은 미리 정해진 동작을 재현하거나 구경꾼의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사물과 신체가 접촉할 때마다 힘의 방향과 움직임의 조건이 달라지고, 그 과정에서 구경꾼과 퍼포머, 능동적인 주체와 수동적인 대상의 구분 또한 새롭게 형성된다. 《퍼포밍하는 사물과 구경꾼의 신체》는 스킨십을 통해 구경꾼이 사건에 연루되는 과정을 드러내며, 구경한다는 행위는 사건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일이 아니라, 그 사건과의 거리를 끊임없이 조정하는 신체적 행위임을 보여준다.